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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rch 7, 2012

우물안의 개구리

2년간의 공백, 그리고 다시 게임을 다시 배우며 느끼는 것들이 꽤 많은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좀 폐쇄적이였달까.  게임을 임하는 태도에 쓰이기에는 좀 너무 진지한 듯 하지만, 그건 여지없는 사실이였다.  가령 내가 2년전에 뭔가가 나쁘다라고 평을 하면, 2년 후에도 그렇게 믿었다 (소위 고정관념).  딱히 변화를 거부했던 것보단,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달까.  약간 좀 애매한 면이 없지않으니, 예를 한번 들어보자.

내가 도타1을 그만두기 전에, 얼음개굴님께서는 묠니르의 큰 변화를 주었는데.  무엇보다 제일 컷던건, 민첩을 땡공속으로 바꿔놓은거였다. 결과는 민첩영웅들에게 하향된 묠니르의 효과.  민첩영웅에만 가던 이 템이 이렇게 바뀌어버리니, 난 아이템이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느꼈다.  가면 돈 낭비라는 것이 나의 평이였고, 이 템은 서서히 나에게 잊혀져갔다.

2년 후, 나는 도타2의 베타키를 받고 친구와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그가 나익스에 묠니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미 몇년 전 이 템이 나쁘다고 평을 하고 생각을 바꾼적이 없었으나, 하지만 나는 그가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있었다.  나는 그와 같이 게임을 하며 잠자코 지켜봤고, 그는 당연하듯이 묠니르 나익스로 그 날밤의 모든 게임을 섭렵했다.  어리둥절한 나는 스스로 그 빌드를 가봤고, 생각지도 못한 강함에 꽤 놀랐다.

이 때 나는 느꼈다, 아, 얼음개굴님께서 이 템에 변화를 줄 때, 템을 죽인게 아니라, 템의 속성을 바꿨던거구나.  물론 민첩이 땡공속이 되면서 많은 문들이 닫혔지만, 새로운 길들도 열렸다는걸 눈치채지 못했었다 (가령 나익스처럼 공속에 많은 효과를 보는 힘영웅들).

여기서 나를 좀 곤란하게 한 부분이, 이 빌드를 만약 내가 모르는 사람이 갔으면 내가 신경이라도 썼을까.  그냥 빌드한번 훝어보곤 "쓰래기빌드"라고 무시했을지도.  왜냐하면 내가 이 템이 구리다고 벌써 평을 했었으니깐 (내가 틀리다는 생각은 전혀 고려도 안했었고).  부끄러운 일이였다.  이 후로 난 도타에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좀 더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치매이킹 중 어느 유저를 만났는데,  솔직히 아주 강한 플레이어는 아니였지만, 새로운 태도로 게임을 임하는 나에겐 그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나익스에 탈단과 구인수를 갔는데, 아직도 고정관념을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한 난 구인수를 나익스의 빌드에 고려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구인수를 간 그의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적팀에 안메, 스톰스피릿, 그리고 퓨리온이 있었는데, 그는 탈단-구인수가 그 세 영웅들을 다 박살낼거라 장담했다.  생각해보니 구인수는 나익스에게 참 적절한 템이였다.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는 범용성이 뛰어난 템이고, 나익스에게는 약간 버거운 마나도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안메, 스톰과 퓨리온에게 무척 효과적인 템이였던 것이다.  그는 약속대로 언급된 세 영웅들을 분쇄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러면서 또 느낀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도타의 아이템들은 영웅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저는 이기기위한 템을 맞춰야 한다.  그것이 나익스에 구인수일지도 모르고, 안메가 적의 옴니때문에 디퓨절을 사야할지도 모른다.  물론 디퓨절이 안메에게 제일 적절한 템은 아닐지 몰라도, 없어서 지는 것 보단 낫지 않은가?  하나의 빌드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제일 필요한 템을 가는것이 정답이다.

당연한 듯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컨샙.  나 또한 나의 고집때문에 진 적이 수도 없이 많았고, 뭔가가 필요하지만 내 영웅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한계를 주어 진적도 많았다.  도타는 영웅에게는 한계따윈 주진 않는다.  게임이 페보에게 와드를 못사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서폿이 해야하는 것들이 기본적으로 있지만, 서폿이 못하면 누군가가 해야만한다.  불만이 있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안에 모든 것을 하고나서야 불만이 있을 수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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